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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산책 69] 길에게 길을 묻다

박무용 2022-02-09 조회수 226

 月夜白馬--세월은 달려가네..

“日暮朔風起   일모삭풍기
 天寒行路難   천한행로난
 白烟生凍樹   백연생동수
 山店雪中看   산점설중간”

「해 저물자
 차가운 북풍 일고

 날씨는 추워
 길가기 어렵네.

 얼은 나무에
 하얀 안개 피어나는데

 눈 가운데
 산속 주막이 보이는구나..」

 조선 숙종 때의 문신으로 본관은 해평.
 자는 태승(泰升), 호는 하곡(霞谷),
 영의정 윤두수(尹斗壽1533-1601)의 증손

“尹堦(윤계)(1622-1692)”가 지은

[途中(도중)--길에게 길을 묻다...]이라는

 정치적으로 정적 대열에 몰려 전남 강진(康津)땅
 귀양 가는 도중에 읊은 만년의 삶을 회고하는 
 한시입니다.

 1650년(효종 1) 29세에 사마시를 거쳐
 1662년(현종 3) 증광문과에 을과(乙科)로 
 급제하여  승문원에 들어서므로 벼슬을 시작합니다.

 이후 제주목사,진주목사,평안도관찰사,좌참찬,
 호조판서,공조판서 등을 역임했죠.
 문장과 글씨에도 뛰어난 인물은
 끝내
 1689년 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 남인이 정권을
 장악하게 되자, 서인-송시열(宋時烈) 당(黨)으로 
 몰려 전남 강진(康津)에 귀양 가,
 1692년 적소(謫所-유배지)에서 삶을 마감합니다.

 한 겨울 북쪽에서 불어오는 된바람과 차가운 눈발
(北風寒雪-북풍한설)이
 왜? 이리 가는 길을 더디게 하는지!
 
 길없는 길이라 발길을 되 돌릴 수도 없으니
 바로 내 인생사라고 체념하고 갈 수 밖에..

 한 세상 정치적 노선에 적폐청산의 여정이라
 그저 하늘을 바로 보며 회심의 미소만 띄울 뿐
 언 나무사이로 안개가 피어오른 곳에 이르니
 눈 길에 산속 주막이 눈에 띄니
 지친 몸 쉬었다가 가면 어떨런지!

 그래서 '길에게 길을 묻는다'..

''山外有山山不盡  산외유산산부진
 路中多路路無窮  로중다로로무궁''

「산 밖에 산이 있으니
 산이 다하지 아니하고

 길 가운데 길이 많으니
 길이 끝이 없어라..」라고

 백련초해(百联抄解)]에서도
''끝없는 길''을 한시 2구(1련)를 노래하고 있으니

 한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속하게 가는 것만이
 최고 지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디게,천천히 가도 좋겠다는 생각도 괜찮다고..
 
 곧바로 난 길보다는 구불구불한 길을 더 좋아지고,
 둘레길이나 개울길, 뚝방 길 같은 곳을
 이리저리로 따라 걷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한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삶의 지혜가 생기니

 이것이야말로 나를 즐겁게하지않는가!.. 



 



◇月夜白馬세월은 달려가네..
《2021년 12월 31일  매듭 달 세밑》  

 방배골 巢一齋에서
 놀공자 潭然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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