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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산책 124] 梅落月盈(매락월영)-매화 지고 달이 찼네

박무용 2023-05-02 조회수 113

달빛아래 매화는 맑은향기를 흘리는구나!..

''窓下數枝梅  창하수지매
 窓前一輪月  창전일륜월
 淸光入空査  청광입공사
 似續殘花發  사속잔화발''

「창 밑에는
 매화가 몇 가지 피고

 창 앞에는
 보름달이 둥글게 떴네.

 맑은 달빛
 빈 등걸(※줄기를 쳐낸 나무 기둥)에 스미어 드니

 시든 꽃을 이어받아
 피고 싶은가!..」

 조선 후기의 정치가,시인,실학자로 호가 초정(楚亭),
위항도인(葦杭道人)이며,양반집의 서얼출신으로
북학파의 거두이자 '북학의'의 저자인

''박제가(朴齊家,1750-1805)''가 청년시절에 읊은
[梅落月盈(매락월영)--매화 지고 달이 찼네!..]이라는
한시입니다.

 1778년 29세,
 청나라에 사은사로 파견되는 '채제공'의 수행원으로
갔다 온 이후,
"박제가"는 네 차례에 걸친 청나라 사행(使行)을 통해
 100명이 넘는 중국 지식인들과 교유하면서
 국제적 안목을 갖춘 글로벌 지식인이었지요.

 정조의 서얼 중용 정책에 의해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등용되었으나
 정조 사후 1801년(순조1년)
 결국 신분과 문벌이 중요했던 조선시대 기득권에  
 강한 도전장을 내밀었던 박제가는 1801년 노론 
 벽파의 미움을 받아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형에
 처해져 2년 7개월간 귀양살이를 마치고,
 1804년 고향으로 돌아온 뒤
 1805년 4월 25일 5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합니다.

 시인-박제가
 매화가 지는 아쉬움을 시로 달래가는 청년 시절
 창밖에 서 있는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피어 
 황홀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죠.
 그 꽃이 이제는 거의 다 져서 서운한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으나, 그날 밤은 고맙게도 달이 휘영청
 밝은 보름께, 환한 달빛이 매화가 져버린 빈 가지 
 위에 쏟아지고 있으니..

 그때 내 눈을 의심했다.
 전처럼 가지에 매화가 다시  핀 것이 아닌가!
 아! 저 달빛조차 이미 떨어진 매화잎으로 되살아나
 빈 가지 위에 꽃을 피우고 싶은가 보다..
 
'초정-박제가'는 중국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여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실학자이나,
 다른 한편 그는 인간의 감정을 존중하며 일상사의 
 구석구석을 시로 승화시킨 인물이죠.
 그가 쓴 시는 1,721수 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시인-박제가의 시.서.화 三絶(삼절)..
 인문학적 자질을 이어 받은 제자인
 추사--金正喜김정희(1786-1856)가
“海東第一通儒(해동제일통유)”로 명성을 얻게 된
 뒤에는 스승 박제가의 예술적인 흐름이 이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듭니다.
 
 둥근 달이 매화나무에 환하게 비치는
 달밤에 눈부신 매화꽃이라도 완상하러
 나가보지 않으시겠어요?!.. 



 


◇月梅淸香(월매청향)
..연필스케치로

 방배골 巢一齋에서
놀공자 潭然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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